2025년 다해 2월 12일 수요일 † [녹] 연중 제5주간 복음: 마르코 7,14-23
<이웃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십시오!>
한 영성가께서 지극히 간단하지만 심오한 한 마디를 건네주셨는데, 한 문장의 말씀이지만, 그 말씀이 제 마음에 꽂혀 오래도록 묵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말씀은 이것입니다.
“이웃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십시오!”
이웃, 특히 가까운 이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때로 얼마나 꼬였는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편향적인 시선인지 깊이 반성합니다.
동시에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도 너무 지나칠 정도로 혹독하거나 엄격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중심을 잡지 못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힘든 부분이 나 자신과 이웃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인 것 같습니다.
때로 나 자신이란 존재 제가 봐도 신기하고 흥미롭습니다. 제 속에 뭐가 그리 내가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때로 태평양보다 더 넓은 마음의 내가 있는가 하면, 때로 송곳 하나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속 좁은 내가 있습니다. 때로 시속 500킬로의 테제베같이 성급한 성격의 내가 있는가 하면, 때로 나무늘보보다 더 느긋한 내가 있습니다.
비단결보다 더 고운 너그러운 천사 같은 내가 있는가 하면, 눈빛이며 얼굴이 무섭고 기괴한 사탄 같은 내가 있습니다. 오늘 비록 내가 천사로 산다 할지라도, 내일 사탄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우리네 삶입니다.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나입니다.
오늘도 제 안에 들어있는 것이 어떤 것들인지 곰곰이 헤아려 볼 일입니다.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이왕이면 선한 것들, 가치 있는 것들,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들로 가득 채워나가야겠습니다.
내면에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부패할 것들, 역한 냄새 풀풀 풍겨, 나 자신을 더럽히는 것들, 주변 사람들 괴롭힐 것들은 자꾸 비워내야겠습니다. 그것은 오늘 예수님께서도 언급하신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 7,20-23)
정녕 인간을 오염시키고 부패시키고 타락시켜 추하게 만드는 것은 외적, 물질적인 것이 아닙니다. 옷 좀 떨어졌다고 그 사람이 더러운 사람이겠습니까? 몸에 흙탕물이 좀 튀었다고 그 사람이 지저분한 사람이겠습니까? 샤워 한 며칠 안 한 사람을 두고 타락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인간을 오염시키고 타락시키는 것은 인간의 내면, 인간의 영혼과 관련된 것, 다시 말해서 죄입니다. 그 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오늘 예수님께서 잘 나열하신 것입니다.
당시 오류와 편협된 사고에 빠진 바리사이들은 깨끗함과 더러움의 기준을 사물의 외적인 상태에 두었습니다. 그 사람의 내면이 어떠하든, 그 사람 영혼의 상태가 어떠하든, 그 사람이 맺고 있는 하느님과의 관계가 어떠하든 개의치 않았습니다.
오로지 그의 몸 상태가 청결한가 아닌가가 관건이었습니다. 율법의 세칙에 따라 그가 손을 씻어야 할 때 손을 씻었는지, 발을 씻어야 할 때 발을 씻었는지, 그것만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
정녕 깨끗한 사람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입니다. 진정으로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참으로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