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9

2024년 나해 11월 27일 수요일 † [녹] 연중 제34주간

2024년 나해 11월 27일 수요일 † [녹] 연중 제34주간  복음: 루카 21,12-19 강력한 경고의 배경에는 우리를 향한 간절한 사랑이 깔려있습니다!> 같은 연배의 형제들이 모여 앉을 때마다 참 재미있습니다. 순식간에 세월이 흐르고, 너무도 많이 변해버린 서로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세월의 폭탄을 제대로 맞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낄낄대며 웃기도 합니다. 한번은 탈모가 급격히 진행된 한 형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약속을 안 지키셨다고. 왜? 무슨 일인데?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라고 약속하셨는데, 그 약속을 안 지키셨다고. 그러나 시편 한 구절을 묵상하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또 무슨 일인데? “제 죄악 머리카락보다 많사오며...” 나는 머리숱이 많이 사라졌으니 죄도 ..

2024년 나해 11월 14일 목요일 † [녹] 연중 제32주간

2024년 나해 11월 14일 목요일 † [녹] 연중 제32주간  복음: 루카 17,20-25 이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살아갑시다!>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하고 간절히 입국을 원하는 하느님 나라, 다시 말해서 천국에 대해 묵상해 봅니다. 모든 것이 제한적이고, 결코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 세상 그 너머의 또 다른 세상, 하느님의 따뜻하고 친밀한 현존 속에 더 이상 고통도 눈물도 울부짖음도 없는 행복한 세상... 그런데 우리가 지금 몸담고 있으며 바라보고 있는 이 세상은 어찌 보면 영원한 하느님 나라의 예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그와 관련된 말씀을 하고 계시는 듯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2024년 나해 11월 13일 수요일 † [녹] 연중 제32주간

2024년 나해 11월 13일 수요일 † [녹] 연중 제32주간  복음: 루카 17,11-19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 수많은 감사 거리들을 찾아냅시다!> 나병으로부터 치유받은 열 명 가운데 유일하게 감사 인사를 하러 온 이방인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감사 기도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세탁물이 산더미인데 세탁기가 자주 고장이 나서 한동안 무척 성가셨습니다.출장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기사님 왈, 15년 됐으니 수명이 다 됐답니다.마침 창고를 정리하다가 큼지막한 구식 통돌이 세탁기를 발굴해서 설치했더니...세상에 시원시원 너무나 잘 돌아가는 것입니다. 화창한 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옥상에서 담요들을 널고 있자니, 제 입에서는 감사 기도가 저절로 터져 나왔습니다.별로 없을 것 같지만 우리 삶의 주변을 찬찬히 살펴..

2024년 나해 11월 9일 토요일 † [백]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2024년 나해 11월 9일 토요일 † [백]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복음: 요한 .2,13-22 작은 교회, 그러나 따뜻한 인간미와 환대의 영성이 흘러넘치는 아담한 교회!> 바야흐로 급격한 출산율 감소의 여파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지자체나 교회도 충격이 크겠지만, 저희 살레시오회처럼 청소년 사목을 주로 하는 단체가 받는 영향은 심각합니다. 신입생 감소로 인해 매년 학급수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학교를 운영하는 재단이나 교사들, 실무자들의 고초도 만만치 않습니다. 점점 비어가는 큰 규모의 건물들 유지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제는 교회나 수도회 안에서도 축소 및 통폐합 전문가 양성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이제는 대대적인 성전 건립이나 부속 건물의 신축을 지양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

2024년 나해 11월 8일 금요일 † [녹] 연중 제31주간

2024년 나해 11월 8일 금요일 † [녹] 연중 제31주간  복음: 루카 16,1-8 우리에게 맡겨진 양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초기 교회 이방인들의 사도요 최고 목자였던 바오로 사도의 삶과 신앙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충실했으며, 모범적이었는지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특별히 첫 번째 독서 필리피서는 그런 바오로 사도의 위대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회심 이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예수님의 제자가 된 그는 매사에 다른 제자들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목숨을 내걸며 복음 선포에 매진했지만, 자신의 의식주는 스스로 일을 해서 해결했습니다. 천막 짜는 일로 생계를 꾸려가면서 동시에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목자로서 교우들에게 조금도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그의 섬세한 배려심과 ..

2024년 나해 10월 26일 토요일 † [녹] 연중 제29주간

2024년 나해 10월 26일 토요일 † [녹] 연중 제29주간  복음: 루카 13,1-9 강력한 경고성 발언은 우리를 향한 강력한 구원 의지의 표현입니다!> 젊은 사제 시절, 아이들과 동고동락할 때, 너무 성급했고 미성숙했던 탓에 여린 새싹 같은 그들에게 참 많은 상처를 준 것들, 평생을 두고 반성하게 됩니다. 여차하면 빗나가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으름장을 놓고 강력한 경고성 발언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런 배경에 그저 아이들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음도 고백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동족 유다인들에게 강력한 경고 말씀을 던지고 계십니다. 그분의 경고 말씀을 묵상하면서 도대체 왜 자비 충만한 주님께서 이토록 무서운 경고 말씀을 건네시는가에 대해서 묵상해 봤습니다. 묵상 결론은 이런..

2024년 나해 2024년 10월 9일 수요일 † [녹] 연중 제27주간

2024년 나해 2024년 10월 9일 수요일 † [녹] 연중 제27주간 복음: 루카 11,1-4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생각하고 바라보면서 복음 선포에 매진했던 바오로 사도!>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박해하는 데 가장 앞장섰던 바오로 사도의 회개 이후의 삶에 대해 묵상해 봅니다. 요즘 미사 중 봉독되고 있는 갈라티아서는 아주 좋은 참고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갈라티아서를 집필할 당시 갈라티아 지방에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로 구성된 유랑 선교사들이 찾아와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런데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이 새 신자들에게 할례와 율법 준수를 너무 강하게 요청하다 보니, 갈등과 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선조들에게 상투를 자르라고 윽박지르는 ..

2024년 나해 10월 8일 화요일 † [녹] 연중 제27주간

2024년 나해 10월 8일 화요일 † [녹] 연중 제27주간  복음: 루카 10,38-42 평신도가 성화(聖化)되는 곳은 바로 이 세상 안입니다!> 전형적인 마르타 스타일인 저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살짝 빈정이 상했습니다.예수님께서 활동가 마르타가 아니라 관상(觀想)에 전념하는 마리아의 손을 들어주시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깊이 있는 기도생활이나 영적 생활에 몰입할 수 없는 평신도들께서 약간 속이 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담컨대 절대 그럴 필요 없습니다.예수님의 일생을 돌아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예수님께서도 공생활 이전, 30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평범한 평신도로서의 삶을 살아가셨습니다.30년의 세월은 복음사가조차 별로 쓸 말이 없을 ..

2024년 나해 9월 28일 토요일 † [녹] 연중 제25주간

2024년 나해 9월 28일 토요일 † [녹] 연중 제25주간 복음: 루카 9,44-45  꽃 같은 시절은 잠시입니다. 코헬렛 저자의 삶과 신앙에 대해서 묵상해 봅니다. 그는 인생의 산전수전과 우여곡절을 다 겪고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현자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 세상에 살고 있었지만, 이 세상을 초월해서 살던 사람, 인생의 지혜와 경륜으로 충만했던 스승이었습니다. 그런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의 후배들에게 건네는 조언과 권고는 얼마나 은혜로운지 모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빛나는 보석 같습니다. 두고두고 마음에 새기고, 틈만 나면 연필로 꾹꾹 눌러 필사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코헬렛 말씀을 묵상하면서 개인적으로 크게 반성하게 됩니다. 나는 나름 인생을 좀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 어려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