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활 12

2025년 다해 4월 4일 금요일 † [자] 사순 제4주간

2025년 다해 4월 4일 금요일 † [자] 사순 제4주간  복음: 요한 7,1-2.10.25-30 오늘도 거부당하시고 모욕당하시는 주님!> 드넓은 피정 센터에 할 일이 태산이다 보니, 저는 주로 장화에다, 허름한 작업복이나 추리닝 차림으로 일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정 집을 찾는 분들이 헷갈려 하시는데,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피정 다녀가신 한 형제님이 남기신 글입니다. “피정 센터가 언덕 위에 있다 보니 방문객들을 일일이 태워가느라 손수 봉고차를 몰지 않나, 화장실을 안내하며 신발장에서 직접 슬리퍼를 꺼내 놓는 등, 피정 센터에서 일하는 동네 직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미사 시간이 되어 제의를 갈아입고 나타나셨을 때, 아까 그 아저씨와 목소리가 똑같은 것을 깨닫고 비로..

2025년 다해 2월 17일 월요일 † [녹] 연중 제6주간

2025년 다해 2월 17일 월요일 † [녹] 연중 제6주간  복음: 마르코 8, 11-13 고통 속에서도 환한 얼굴로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기적입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는 가시는 곳마다 수많은 기적들을 행하시며 하늘에서 오는 표징들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바리사이들이 원하는 것은 보다 스케일이 큰 표징이었습니다. 인간의 심리는 늘 그런 것 같습니다. 더 크고, 더 대단하고, 더 엄청난... 예를 들면 이런 기적들이겠지요. 이집트 탈출에 성공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던 모세는 광야를 지날 때 먹을 것이 없어 힘겨워하는 백성들을 위해 매일 하늘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리게 했습니다. 정말이지 기이하고 신기한 표징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엘리야는 나라 전체에 3년간의 가뭄이..

2025년 다해 2월 10일 월요일 † [백]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

2025년 다해 2월 10일 월요일 † [백]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 복음: 마르코 6,53-56 오늘 우리 교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공생활 기간 동안 예수님께서 가장 많은 투자와 시간을 할애하신 부분은 아무래도 병자들에 대한 치유 활동일 것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여기저기 몸이 아프면 삶의 질이 대폭 떨어집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 먹는 것도 움직이는 것,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다 보니 만사 귀찮아집니다. 육체가 시들시들해지다 보니, 정신도, 마음도, 영혼도 덩달아 병들어갑니다. 점점 목숨은 붙어있지만, 삶의 많은 부분이 점점 소멸되어가니, 그것을 견디어내는 것이 얼마나 가혹하고 힘든 일인지 모릅니다. 치유자 예수님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져나가면서 그분의 하루 일과는 A급 연예인 못지않..

2025년 다해 2월 6일 목요일 † [홍]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2025년 다해 2월 6일 목요일 † [홍]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복음: 마르코 6,7-13 내일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떠오르는 해와 함께 일용할 양식도 들어올 것입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은 그야말로 혜성 같은 존재로 사람들 앞에 등장하셨습니다. 사람들은 기존의 종교 지도자들과는 비교조차 힘들 정도로 신선한 예수님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놀라운 기적들 앞에 입을 다물지 못했으며, 그분 입에서 흘러나오는 가슴을 후벼파는 명쾌한 가르침에 박수를 치고 환호했습니다. 다른 종교지도자들과는 달리 말과 행동이 완벽히 일치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결코 만만한 스승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요구..

2025년 다해 1월 28일 화요일 † [백]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2025년 다해 1월 28일 화요일 † [백]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복음: 마르코 3,31-35 성모님을 폄하하는 말씀이 아니라 성모님을 극찬하고 칭송하는 예수님의 말씀!> 하느님의 인류 구원 역사 여정 안에서 성모님의 역할과 기여를 인정하지 않고, 그분의 존재, 그분의 탁월한 신앙과 동정성을 부정하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성모님의 동정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는 복음 구절이 있는데, 오늘 우리가 봉독하는 마르코 복음서입니다.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스승님을 찾고 계십니다.”(마르 3,32)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위해 출가하신 다음 성모님께서는 이제 내 역할은 다 끝났다, 큰 짐 덜었다, 이제는 편안하고 여유 있는 노년을 보내야지, 사실 분이 ..

2025년 다해 1월 26일 일요일 † [녹] 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해외 원조 주일)

2025년 다해 1월 26일 일요일 † [녹] 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해외 원조 주일)  복음: 루카 1,1-4; 4,14-21 짧고 간략하게 강론하시는 예수님!> 사제가 된 후 부모님이 살고 계시던 본당에 가서 처음으로 강론할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참으로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두렵고 떨렸습니다. 나름 감동적인 강론을 한번 해보려고 얼마나 준비에 준비를 거듭했는지 모릅니다. A4지 한 장 정도의 짧은 강론을 며칠에 걸쳐 준비했고, 그걸 또 거울을 보고 수십 번도 더 예행연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고향 나자렛 회당에서 첫 강론을 하시는데, 아마 예수님께서도 마음이 비슷하셨을 것입니다. 요즘 미사 때마다 강론 전에는..

2025년 다해 1월 19일 일요일 † [녹] 연중 제2주일

2025년 다해 1월 19일 일요일 † [녹] 연중 제2주일  복음: 요한 2,1-11 우리의 신앙도 성모님의 신앙처럼 끊임없이 성장해야 합니다!> 카나 혼인 잔치에서 벌어진 예수님과 성모님 사이의 대화는 너무나 많은 복선과 의미가 깔린 내용이기에 잘 새겨서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께 드린 청부터 좀 이상합니다. 성모님은 평소 아들 예수님의 성숙한 동반자로서 부담을 주거나 분위기를 난감하게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합니다. 꽤 부담스러운 청을 예수님께 드리고 있습니다. “포도주가 없구나.”(요한 2,3) 성모님의 은근한 압박에 맞선 예수님의 대응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 예수님께서는 아직..

2025년 다해 1월 13일 월요일 † [녹] 연중 제1주간

2025년 다해 1월 13일 월요일 † [녹] 연중 제1주간  복음: 마르코 1,14-20 우리의 하느님은 모든 것을 뒤집는 분이십니다!> 선구자 요한이 무대를 잘 꾸며놓고 구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동시에 예수님께서는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십니다. 일종의 바톤 터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한이 집힌 뒤에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로 가시어,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4-15)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인류 구원 사업의 첫 협조자인 초기 사도단을 부르십니다. 시몬과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 네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첫 제자단을 부르시는 광경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제자들 입장에서 볼 때, 정말이지 전격적..

2024년 나해 11월 21일 목요일 †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2024년 나해 11월 21일 목요일 †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복음: 마태오 12,46-50 그는 내 아들이기도 하지만, 만민의 아들, 내 스승, 내 주님이십니다!>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공생활을 위해 출가하신 예수님, 그리고 나자렛에 남아 계셨던 성모님, 두 분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몸과 마음은 언제나 일심동체, 하나였을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러셨듯이 성모님의 머릿속은 온통 아들 예수님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입니다.특별한 음식을 드실 때는 머릿속에 즉시 예수님 얼굴이 떠올랐을 것입니다.그러면서 끼니나 챙기며 다니나? 걱정이 앞섰을 것입니다. 오늘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나, 식사나 제때 하고 다니나?춥지는 않을까?어디 아픈 데는 없을까?성모님의 안테나, 주파수는 ..

2024년 나해 10월 21일 월요일 † [녹] 연중 제29주간

2024년 나해 10월 21일 월요일 † [녹] 연중 제29주간  복음: 루카 12,13-21 돈 외에도 소중한 가치들이 참 많답니다!> 연 피정 하시는 신부님 수사님들을 일주일 내내 동반해 드리고 왔습니다. 수도회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길을 걸어가는 형제들이라 남 같지 않았습니다. 때로 존경스럽기도 하고, 때로 측은하기도 하고, 많은 것을 서로 공유하며 참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청빈의 삶을 서약한 수도자로서, 이 어려운 시대 어떻게 가난을 살수 있겠는지? 이토록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가난의 가치를 어떻게 세상에 설명할 것인지 고민도 참 많이 했습니다. 복음서 전반을 살펴볼 때 부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시선은 그리 매끄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예수님 당신의 인생 전체가 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