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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다해 2월 6일 목요일 † [홍]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tiragon 2025. 2. 6. 09:20

2025년 다해 26일 목요일 []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복음: 마르코 6,7-13

 

<내일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떠오르는 해와 함께 일용할 양식도 들어올 것입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은 그야말로 혜성 같은 존재로 사람들 앞에 등장하셨습니다. 사람들은 기존의 종교 지도자들과는 비교조차 힘들 정도로 신선한 예수님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놀라운 기적들 앞에 입을 다물지 못했으며, 그분 입에서 흘러나오는 가슴을 후벼파는 명쾌한 가르침에 박수를 치고 환호했습니다. 다른 종교지도자들과는 달리 말과 행동이 완벽히 일치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결코 만만한 스승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요구를 하시는지,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이 사목 실습을 떠나기 직전,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씀하시는데, 참으로 특별합니다. 적어도 일주일 남짓 되는 장거리 일정일 텐데도 불구하고,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습니다.

 

제자들 입장에서 참으로 난감하고 어처구니가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요구가 너무 지나쳤던 것입니다. 한 마디로 문전걸식을 하라는 말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팡이는 왜 지닐 수 있게 하셨을까요? 산짐승이나 전갈, 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로서 지팡이와 신발만을 허락하신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 명씩 파견하지 않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습니다. 혼자 가면 외롭고 쓸쓸하고, 얻어먹을 때도 부끄럽고 난감할 텐데, 둘이 함께 하면 용기도 생기고 의지도 되고 훨씬 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디를 가든 서로 지탱해 주고 도와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큰 선심을 쓰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복음 선포 활동을 떠나는 제자들을 향해 당부하신 강조점은 단순하고 검소한 정신이었습니다. 복음 선포라는 엄중하고 중차대한 일을 행함에 있어 안락한 것에 대한 포기는 가장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이 오로지 복음 선포에 지니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게 하기 위한 포기를 강조하신 것입니다.

 

한 순례자가 수도원 안으로 들어갔더니, 건장한 남자들이 묵직한 해머 하나씩을 들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원장님에게 물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대체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요?” “저희 수도원 수사들입니다.”

 

~ !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수사님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요?” “지금 수도원을 허물고 있는 중이랍니다.” “아니, 멋진 수도원인데, 대체 왜요?” “저 건물을 허물면 새벽에 동이 트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요.”

 

아무런 노력도 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더 큰 포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쉽지만 낡은 나를 허물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평, 새로운 시야가 활짝 열립니다. 아깝지만 어제의 나를 포기하면 새로운 세상, 새 아침이 밝아옵니다.

 

두 벌은 껴입지 말라는 말씀은 이중적으로 처신하지 말고 단순하게 걸어가라는 말씀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교부)

 

그대는 길을 떠날 때 전대도 지니지 말고, 여벌 옷을 생각하며 걷지도 마십시오. 배를 채울 양식이 부족할까 염려하며 내일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떠오르는 해와 함께 일용할 양식도 들어올 것입니다. 어떤 새도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하느님 섭리로 먹이를 얻으리라 근심 없이 희망하는 것을 그대는 보지 못합니까?”(프루텐티우스 교부)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