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다해 2월 5일 수요일 † [홍]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복음: 마르코 6,1-6
<주님, 제가 당신 불멸의 영광에 도달하게 하소서!>
오늘 축일은 맞이하시는 아가타 동정 순교자는 체칠리아, 루치아, 아녜스 성녀와 더불어 로마 교회의 네 동정 순교자로 널리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아가타는 데키우스 황제의 박해 시절, 이탈리아의 최남단 시칠리아 섬 카타니아 지방 명망가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다방면에 출중했던 그녀는 당시 총독의 눈에 띄게 됩니다.
아가타에게 완전히 빠져 제정신을 못 차리게 된 총독은 그녀가 싫다는 데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청혼을 거듭합니다. 그럴 때마다 단호하게 청혼을 거부하자 심기가 완전히 불편해진 총독은 그녀가 그리스도교 신자임을 알고 법정으로 넘깁니다.
재판정에서 아가타는 갖은 잔혹한 형벌을 다 받지만 꿋꿋하게 견뎌냅니다. 한차례 끔찍한 고문을 잘 견뎌낸 그녀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다시 옥으로 돌아갈 때 마치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처럼 만면에 희색을 띤 채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갔으며, 고문으로 인한 처절한 고통을 기도로써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모든 고통을 주님께 봉헌하였습니다.
다음날 다시 재판정으로 끌려 나온 아가타의 태도는 더욱 의연했었고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형리들은 빨갛게 달군 쇠로 그녀의 가슴을 도려냈지만 그 끔찍한 고통 중에서도 그녀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저는 정결에 대한 사랑으로 이와 같은 형벌을 받고 있습니다. 제 구세주 하느님, 이 고통을 잘 참아 이기도록 도와주소서.”
다시 감방으로 돌아온 다음 날 베드로 사도가 치료 약을 가지고 나타나자 아가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베드로 사도님! 저는 세상의 약으로 제 육신을 고치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말씀으로 인하여 모든 것이 새롭게 되기를 원합니다.”
이런 아가타의 의연한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총독은 날카로운 유리 파편과 불타고 있는 석탄 위에 아가타를 뒹굴게 했다고 합니다. 전신에 화상을 입고 숨을 거두어가던 그녀는 이윽고 마지막 순간이 오자 다음과 같은 기도를 바쳤다고 합니다.
“착한 스승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은 제가 박해자의 고통을 이기게 하셨으니 감사하나이다. 주님, 제가 당신 불멸의 영광에 도달하게 하소서.”
오직 주님과 온전히 일치해 있었던 아가타였기에 그 어떤 외부로부터의 고통에도 좌지우지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두려운 것 오직 한 가지는 주님과 멀어지는 것뿐이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