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다해 2월 4일 화요일 † [녹] 연중 제4주간 복음: 마르코 5,21-43
<우리는 이 시대 또 다른 예수님이요, 하느님의 손가락입니다!>
하혈하는 여인의 치유뿐만 아니라 이미 숨이 끊어진 회당장 딸의 목숨까지 소생시키신 예수님의 전지전능한 모습에 사람들은 너무 놀라 그야말로 넋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넋’은 다른 말로 ‘혼(魂)’, ‘혼백(魂魄)’, 영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넋이라는 것은 죽어야 사라지는 것이지만, 갑작스레 큰 충격을 받을 경우, 모든 생각이나 사고가 일시 정지되는데, 이런 상태를 넋이 나갔다고 표현합니다. 그만큼 예수님을 통해서 이루어진 치유나 구마, 소생은 충격적인 것이었으며,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놀라운 능력은 그분 안에 하느님께서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계심을 드러내는 표지였습니다. 은혜롭게도 잠시나마 예수님과 함께 했던 사람들은 어쩌면 그들이 그토록 고대했던 하느님 나라를 잠시나마 체험한 사람들입니다.
이 대목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나 던져봅니다. 왜 우리 시대에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놀라운 치유와 구마, 소생 현상을 찾아보기 힘든 것인가? 왜 우리 사제들과 수도자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러한 능력이 주어지지 않는 것인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방식이 좀 다르지만, 예수님 시대 그 역동적이고 충격적이었던 치유와 구마, 소생 현상은 오늘도 우리 가운데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손가락을 통해 이루어지던 놀라운 일들이 지금 이 시대에는 또 다른 선인들과 의인들을 통해 지속되고 있음을 저는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잘 준비된 의료진들과 누군가의 피나는 연구 끝에 발명된 최첨단 의료기기들이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치유시키고 살려내고 있습니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그 고통에서 해방시키고 싶은 선한 의지를 지닌 의료진들의 얼굴은 이 시대 또 다른 예수님의 얼굴입니다.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어린이들, 그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난민들을 돕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그들을 존중하고 지지하며 후원하기 위해 나를 희생하는 사람들은 제2의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얼마나 많은 이웃들이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 아프고 견디기 힘들어서 겨우겨우 통증을 참아내고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시대 또 다른 예수님이요,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2천년 전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그 사랑의 기적을 각자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계속해나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