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공유/Faith

2025년 다해 1월 4일 † [백]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tiragon 2025. 1. 4. 00:37

2025년 다해 14[]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복음: 루카 1,26-38

 

<떠나보내고, 떠나가는 세례자 요한의 뒷모습이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평생토록 자녀를 꼭 붙들고 놓지 못하는 부모들을 만납니다. 정말이지 답이 없습니다. 물론 자녀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극진한 사랑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사랑을 넘어 과도한 집착의 결과는 비참함입니다.

 

자녀가 어릴 때는 십분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자녀가 무럭무럭 성장해 성인이 되고, 직장 생활을 하고, 결혼까지 했는데도, 오로지 그 자녀만 바라보며, 그 자녀에게 올인하다 보니 그 모습이 너무나 어색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상호 성장입니다.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부모의 마음 또한 성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진리 한 가지, 떠나보내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품에 꼭 끌어안아주는 것도 사랑이지만, 때가 되어 떠나보내는 것도 사랑입니다.

 

이런 면에서 세례자 요한의 제자 사랑이 각별합니다. 그는 오랜 세월 공들여 교육시켜왔던 애제자들,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여겨왔던 제자들이었지만, 때가 되었음을 알게 되자, 칼같이 떠나보냅니다.

 

그때에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서 있다가,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눈여겨보며 말하였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 그 두 제자는 요한이 말하는 것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갔다.(요한 1,35-37)

 

참으로 많은 의미가 함축된 세례자 요한의 선언입니다. ‘제자들아! 드디어 때가 왔다. 내가 너희들을 내 제자로 양성시킨 최종 목표가 이루어질 순간이다. 바로 저분이다. 따라가거라. 나는 괜찮으니 내 걱정일랑 조금도 하지 말고 지금 바로 저분을 따라가라. 앞으로 저분을 스승으로 모시거라.’

 

애써 양성시킨 자신의 제자들을 아무런 미련도 없이 영원한 스승이신 예수님께로 인도하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사랑하는 제자들을 떠나보내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이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이제 달릴 곳을 다 달렸습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부여하신 모든 사명을 120% 완수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이루었기에 아무런 미련도 아쉬움도 없습니다. 구세사의 주인공으로 점점 떠오르시는 예수님을 흡족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자신을 스스로 쇠락시키는 세례자 요한의 뒷모습이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