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다해 12월 4일 수요일 † [자] 대림 제1주간 제1독서: 이사야 25,6-10ㄱ 복음: 마태오 15,29-37
<이사야의 예언은 심판하고 부수는 말씀이면서도 동시에 소생시키고 부활시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번 대림 시기는 크게 전례의 성격상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11월 28일~12월 16일까지가 전반전이라고 할 수 있고, 12월 17일~24일까지가 후반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반전의 전례는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깨어 기도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반면 후반전의 전례는 임박한 예수 그리스도께로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킬 것을 제안합니다.
전반기 매일 미사 첫 번째 독서는 이사야서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언자 중의 예언자, ‘예언자들의 왕’으로 손꼽히는 이사야는 기원전 765년에 태어나, 742년에 예언자로 소명을 받았으며, 700년대 신앙과 정치적 위기에 몰려있던 남왕국 유다에서 활동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단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혼동과 우여곡절의 시절, 갈팡질팡하던 백성들에게 희망과 격려의 언어로 위로했던 참 예언자였습니다.
40여 년간 예언자로서 백성들의 영적 생활을 동반했던 그의 메시지 핵심 주제는 주님을 향한 백성들의 불충실을 고발하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그 결과 이스라엘의 멸망을 예언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듣기 좋은 말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잡기 힘든데, 가슴을 후벼 파는 ‘지적질’과 듣기 싫은 멸망과 심판을 선포하니 그의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까, 상상이 갑니다.
이사야 예언서를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언어는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영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의 예언은 심판하고 부수는 말씀이면서도 동시에 소생시키고 부활시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는 메시아 예수님의 도래를 가장 세밀하게 밝히고 계시한 예언자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창조주 하느님과 인간에 대해서 깊이 통찰했습니다.
하느님께서 계시를 주시지 않았다면 도저히 깨달을 수 없는 진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서의 메시지가 얼마나 참되고 강렬했으면 예수님께서도 즐겨 읽으셨고 인용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이사야 예언서 안에서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질 인생 드라마 각본의 원본을 발견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각본에 따라 당신의 인생을 장엄하게 마무리 지으셨습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선포한 말씀은 너무나 신랄하고 강렬해서 청중들의 가슴을 칼로 후벼 파는 느낌을 줄 때가 많았는데, 다른 한편 마냥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없이 부드러운 어조로 백성들을 달래고 격려하며 신속히 주님께로 돌아서도록 자극하고 있습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가 그렇습니다.
“그날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살지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 그분께서는 죽음을 영원히 없애 버리시리라. 주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내시고, 당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치워 주시리라.”(이사야서 25장 6~8절)
보시다시피 이사야 예언자의 예언은 강렬한 에너지로 가득 찼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말씀이었습니다.
따라서 백성들의 마음을 건드렸고, 삶을 변화시키도록 자극하였습니다.
이 시대 또 다른 의미에서 이사야 예언자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 역시 그러합니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건네시는 말씀은 현실과 동떨어진 구름 위의 말씀이 아닙니다.
당신이 삶의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아파했고 살았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진실한 언어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언어는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훈계하는 언어가 아니라 인생의 선배이자 동료 인간으로서 건네는 희망과 생명의 언어, 위로와 격려의 언어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분의 말씀에는 허점이 없습니다. 또한 당신이 선포하신 말씀을 실제 삶에서 살고 계시니 그 말씀에 힘과 생명력이 넘칩니다.
교황님께서 매일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경종을 울려 삶을 변화시키도록 촉구합니다.
우리 시대 여타 수많은 지도자들이 사용하는 ‘빈말’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이 시대, 대한민국 사회는 어쩌면 그 옛날 이사야 예언자가 살았던 시절과 비슷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또다시 단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갯속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정말 ‘깜’도 안 되는 이, 정말 파렴치한 이, 어쩌면 그렇게 얼굴 두꺼운 이까지 나서서 스스로를 향해 적임자 운운하고 있습니다.
그 옛날 서슬 퍼랬던 이사야 예언자 같은 지도자가 필요한 우리나라입니다.
사심이나 자신의 안위에는 털끝만큼의 관심도 없는 사람, 그저 이 나라 이 백성이 삶의 전부인 그런 지도자의 등장이 필요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