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다해 2월 11일 화요일 † [녹] 연중 제5주간 복음: 마르코 7,1-13
<우리 모두 백 퍼센트 예비 병자들이요 병자 후보자들입니다!>
오늘은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인 동시에 세계 병자의 날입니다. 언젠가 파리 기차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루르드로 간 적이 있습니다. 열차에 오르니 한량이 여러 칸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배정받은 칸으로 들어가니 2층 침대에 4명이 함께 누워 자게 되어 있었습니다.
좁디좁은 공간 안에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자야 된다고 생각하니 정말이지 갑갑하고 조심스러웠습니다. 더구나 잠들면 탱크가 울고 갈 정도로 심하게 코를 고니, 민폐가 될까 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새벽녘에 루르드로 들어갔습니다.
막 안개가 걷히고 청량한 아침 햇살이 눈부신 루르드 성지로 들어서는 순간,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이 어찌 그리 맑아지는지, 그리고 성지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성모님의 따뜻하고 친밀한 환대가 온몸으로 느껴져 뛸 듯이 기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미 루르드에는 저를 포함한 수많은 환자들이 도착해 있었는데, 병의 치유뿐만 아니라 마음과 영혼까지 말끔히 치유되도록 도와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일으켜 세워주신 성모님을 생각하니, 그저 감사와 찬미를 드릴뿐입니다.
오늘 세계 병자의 날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당신도 여기저기 몸이 성치 않은 분이시니, 병자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십니다. 메시지 한 마디 한 마디가 심금을 울립니다.
“병자들을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로운 사랑의 최고 증인은 그분의 외아드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병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다양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만나신 이야기를 수없이 들려주지 않습니까?”
“팬데믹 시대, 사랑하는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집중 치료실에서 자기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세상과 단절된 채로 외롭게 맞이하고 있는 환자들을 우리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보건 의료 종사자 여러분, 여러분이 병자들 곁에서 사랑과 힘을 다하여 실천하는 봉사는 직업이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하나의 사명이 됩니다. 고통받는 그리스도의 몸을 어루만지는 여러분의 손은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하신 손길의 표징이 됩니다.”
“가톨릭 보건 의료 기관은 지속적으로 보호받고 존속되어야 하는 값진 보화입니다. 이들의 존재는 우리 교회가 병자들과 가난한 이들 곁에 있음을, 병자들이 무시당하는 상황에서도 교회가 늘 그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병자 방문은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모든 제자에게 하시는 초대입니다. 얼마나 많은 병자와 연로한 이들이 집에서 머물며 누군가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치유자이신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며 모든 병자와 그 가정을 맡겨드립니다. 그들이 세상의 고통을 짊어지신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의미와 위로와 확신을 얻을 수 있기를 빕니다.”
나는 아직 젊고 쌩쌩하니 병과는 아무런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세월은 마치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갑니다. 어느새 우리 역시 이런저런 병고에 시달리며 고생할 날이 순식간에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 모두 병자 후보자가 100퍼센트 확실합니다.
주변의 병자들이 오늘 겪고 있는 사무친 고통과 외로움을 나 몰라라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병자들은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할 각별한 존재, 수난당하는 예수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들은 지금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수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