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다해 12월 8일 일요일 † [자]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복음: 루카 3,1-6
<보다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기 위해서 사막 체험은 필수입니다!>
벌써 대림 두 번째 주일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 서두에는 당대 세상을 주름잡고 있던 사람들의 이름이 쭉 나열되고 있습니다. 티베리우스 황제, 로마 황제를 대신해 유다에 파견 나와 있던 본시오 빌라도 총독, 갈릴래아 영주 헤로데, 그의 동생 필리포스, 대사제 한나스와 가야파...
엄청 대단한 사람들로 여겨지지만, 한 명 한 명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부족하고 나약한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당시 세상과 종교의 주류 세력으로서 높은 자리에 앉아 세상과 교회를 쥐락펴락하던 권세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말씀은 높은 자리에 앉아서 세상을 주름잡던 명망가들이나 세력가들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생각할수록 하느님은 참 묘하신 분입니다. 그분이 지니고 계신 본질적인 성향이랄까 속성 중에 두드러진 것 하나가 하향성입니다. 끝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은 당시 가장 낮은 곳에 낮은 모습으로 살아가던 세례자 요한에게 내렸습니다. 그는 놀랍게도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폐한 광야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늘 깨어있기 위해, 늘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언제나 자신의 촉각을 하느님께로 맞추기 위해 광야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광야는 사실 무지막지한 곳입니다. 극한 체험을 하기에 딱 맞는 곳입니다. 먹을거리, 마실거리, 즐길거리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세찬 모래바람, 끝도 없는 메마름과 무미건조함, 세상과의 철저한 단절과 외로움만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 결핍된 장소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바로 그런 사막에서 끝도 없이 자신을 단련시키며 예수님께서 등장하시기만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사막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상태에서 매일 호의호식하며 부른 배를 두드리다 보면, 주님 말씀과는 무관한 삶을 살게 되기 마련입니다.
보다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기 위해서 사막 체험은 필수입니다. 주님의 목소리를 보다 명확히 듣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결핍이 필요합니다.
남아있는 대림 시기, 보다 더 명료하게 하느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우리도 기쁘게 사막으로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그 사막이 어디인지 잘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