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공유/Faith

2024년 다해 12월 9일 월요일 † [백]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tiragon 2024. 12. 9. 08:47

2024년 다해 129일 월요일 []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복음: 루카 1,26-38

 

<우리 모두 또 다른 나자렛의 마리아가 되어야 합니다!>

 

지난가을, 청소년들 여름 신앙 학교를 끝내고, 형제들과 섬으로 휴식 겸 친교를 위한 소풍을 갔을 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젊은 형제들은 멋진 풍광 속을 걸어 다니고 사진도 찍고, 뷰가 좋은 카페에 앉아 담소도 나누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저희 영감 팀은 오로지 눈만 뜨면 낚시를 갔습니다.

 

첫날 처음 보는 물고기가 몇 마리 잡혀서 신기했습니다. 비늘도 없는 데다, 자태가 멋졌습니다. 온몸이 짙은 고동색에, 싸이즈가 그리 크지 않은데도 엄청 힘이 세더군요. 회를 떴는데, 살이 얼마나 찰지고 탄탄한지 다들 감탄을 했습니다.

 

형제들이 너무 맛있다 맛있다 하니 그다음 날 또 그 자리를 갔습니다. 그 자리가 제대로 된 포인트였던지, 어제 잡힌 정체불명의 물고기들이 또 다시 몇 마리 잡혔습니다.

 

플라스틱 통에 바닷물을 담아 잡힌 고기들을 던져놓았는데, 지나가던 마을 주민들이 그 고기들을 보고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 이 귀한 고기를 어떻게 잡았데요?”

 

알고 봤더니 제가 잡은 그 고기들은 횟감으로 가장 비싸다는 다금바리였습니다. 검색해 봤더니 킬로당 30만 원이랍니다. 우럭은 킬로당 3만 원인데, 열 배나 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 뒤로 즉시 고동색 물고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킬로당 30만 원이라는데 하는 생각에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 다루듯이 소중히 다루었습니다.

 

비싼 고기니만큼 제일 깨끗한 쿨러를 씻고 또 씻어 옮겨 담았습니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숙소로 가져와서 회를 뜨는데, 어제와는 달리 손실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조심조심 회를 떴습니다. 먹을 때도 산삼 먹듯이 음미하면서 그렇게 회를 먹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경축하고 있습니다.

 

횟감 중의 횟감으로 귀한 취급을 받는 다금바리를 제가 극진히 모셨습니다. 가지고 있던 고기 보관 통 중에서 가장 깨끗한 통에 모셨습니다. 고기가 상하지 않도록 얼음도 담고 그야말로 지극정성을 다해 애지중지한 것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성모님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분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성모님은 다금바리와는 비교도 안 될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분, 만왕의 왕인 예수님을 열 달 동안 자신의 몸에 모신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머무시는 거처로 가장 깨끗하고 무죄하신 나자렛의 소녀 마리아의 몸을 선택하신 것입니다.

 

성모님은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신 하느님을 온몸과 마음을 다해 환영했습니다. 하느님의 거처가 된 자신의 몸을 매일 깨끗하게 청소하고 단 한점의 흠이나 티도 없이 유지했습니다.

 

이번 대림 시기를 지내는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노력입니다. 이번 성탄 아기 예수님께서는 우리 각자의 내면 안에, 영혼 안에 탄생하실 것입니다.

 

그분께서 머무시기에 합당한 거처가 되도록, 몸과 마음을 잘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우선 판공성사를 잘 봐야겠습니다. 내면을 잘 정리 정돈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또 다른 나자렛의 마리아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각자도 성모님처럼 아기 예수님을 탄생시켜야 합니다! 이번 성탄, 예수님께서는 성모님에게서 탄생하셨듯이 우리 각자 안에서도 탄생하시기 위해 우리 각자의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우리가 고백성사를 통해 영혼을 말끔히 정화시키고, 매일의 말씀을 통해 우리의 삶도 계속 정화시킨다면, 우리 역시 성모님처럼 거룩하고 흠 없는 지성소, 구세주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적당한 장소가 될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