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나해 9월 19일 목요일 † [녹] 연중 제24주간 복음: 루카 7,36-50
<이 깊은 상처가 때로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상처나 흠결, 과오나 흑역사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때로 그 흠결이나 과오가 너무 깊고 커서 걱정합니다. 이런 나를 주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까? 이런 내가 과연 주님 나라에 합당하기나 할까?
그런데 요즘 와서 드는 생각,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난 우리 삶 안에서 너무나 깊이 아로새겨져 문신처럼 사라지지 않은 상처가 때로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상처는 나의 결핍과 약점을 상기시키기에 나를 거만하지 않게 만듭니다. 겸손하게 만들고 결국 나를 하느님과의 만남에로 인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오랜 세월 깊은 상처를 입고 살아온 한 가련한 여인, 상처로 인해 늘 아파하고 갈등하고 한평생 주눅 들어 살아온 한 여인이 예수님으로 인해 너무도 당당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행실이 나빴던 여인으로 지칭되는 그 여인은 오랜 방황과 악순환의 세월을 접어보겠다고 그토록 노력했지만 항상 그때뿐이었습니다. 마음뿐이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몸은 어느새 과거의 비참함에로 떨어지기를 수도 없이 반복해왔습니다.
여인의 머릿속에 늘 잠재되어 있던 큰 걱정거리는 이것이었습니다. ‘과연 죽기 전에 내가 변화될 수 있으려나? 죽을 때까지 계속 이렇게 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그토록 불가능해 보이던 여인의 회개는 결국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 오랜 고통의 세월을 견뎌온 여인에게 예수님은 새 삶을 부여하십니다. 그녀의 쓰라린 상처를 당신 자비로 아물게 하십니다. 결국 여인은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으로 인해 지난 세월의 모든 상처를 완전히 치유받습니다.
자신을 죽음의 사슬에서 풀어주신 예수님이 너무도 고마웠던 여인은 집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니고 있던 물건 가운데 가장 값진 것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예수님께 드릴 가장 좋은 선물이 어떤 것인지 찾아봅니다. 향유가 든 옥합이었습니다. 당시 꽤 값나가던 물건이었습니다. 아마도 여인에게 있어 전 재산과 다름없는 물건이었습니다.
그 향유를 가져온 여인은 회개의 표시로 예수님 발치에 서서 울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회개가 얼마나 절실했으면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눈물로 다 적셨습니다. 그 눈물을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아냅니다. 정성껏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드렸습니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여겨보십시오. 예수님을 향한 여인의 마음은 지상 최고의 봉헌이었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여인의 봉사는 더이상 극진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여인의 사랑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진실한 사랑이었으며 용감한 사랑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이렇게 행동 양식이 달라집니다. 사고방식이 달라집니다. 모든 것이 예수님 위주로, 이타적으로 변화됩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만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됩니다.
오늘 완전히 새사람으로 변화된 여인을 바라보면서 저 역시 다시 한번 희망을 가져봅니다. 우리 역시 누구나 여인 못지않은 ‘변화와 새 출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아무리 비참해 보일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주님의 은총에 힘입어 이토록 비참한 국면을 결정적으로 반전시킬 전환기가 찾아오리라고 확신하면서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비록 우리가 아무리 매일 망가지고 깨져도 주님께서 도와주시면 다시 새 인생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기뻐하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