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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다해 5월 19일 월요일 † [백] 부활 제5주간(교육 주간)

tiragon 2025. 5. 19. 06:54

2025년 다해 519일 월요일 [] 부활 제5주간(교육 주간)  복음: 요한 14,21-26

 

<저는 그저 주님의 종이요 도구일 뿐입니다!>

 

사도행전은 확연히 변화된 사도들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 사도가 심한 박해를 받는 중에도 여러 지방을 두루 다니며 거침없이 주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였습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박해를 피해 리스트라라는 지방으로 피해 갔을 때, 거기에는 두 발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머리 털 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스스로 일어서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침 설교 도중 그의 존재가 바오로 사도의 눈에 띄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말씀에 몰입해있었고, 그의 눈동자는 새 삶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를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두 발로 똑바로 일어서시오.”(사도 14,10)

 

놀랍게도 바오로 사도의 그 한 마디 말에 그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했습니다. 보십시오. 바오로 사도의 모습은 공생활 기간 동안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습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놀라운 광경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유다인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니, 뭔가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황소 몇 마리를 잡아서 왔으며, 커다란 화환을 들고 왔습니다. 이게 뭐냐고 묻는 사도들에게 유다인들은 말했습니다. “저희가 볼 때, 두 분은 신()입니다. 그래서 제물을 바치는 것입니다.”

 

깜짝 놀란 바오로와 바르나바 두 사도는 어불설성, 신성모독이라는 표시로 자신들이 입고 있는 옷을 찢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러분, 왜 이런 짓을 하십니까?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치유는 우리의 힘이 아니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두 사도의 깊은 신앙과 놀라운 겸손의 덕이 돋보입니다. 틈만 나면, 치유, 종말, 기적, 신비스런 현상들을 내세우며 사람들을 현혹시키며, 스스로를 우상화시키면서, 신앙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사이비 지도자들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교만한 그들에게 결핍된 점은 겸손의 덕입니다.

 

가끔 아주 작은 우리의 일을 향한 세상 사람들의 찬사와 박수갈채 앞에 우리가 어떤 자세,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바오로와 바르나바 사도는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 두 사도에게는 우리와 차별화된 그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극한 겸손의 덕이었습니다. 자신들은 그저 종이요 도구일 뿐, 기적을 하시는 분은 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겸손한 신원 의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굳건히 현존하시고, 나와 함께 길을 걸으시며, 내 일거수일투족에 함께 하신다는 뚜렷한 주님 현존의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분이 내 안에서 활동하시고, 그분의 능력이 내 손을 통해 발휘되고 있음을 굳게 믿었습니다. 그 결과가 놀라운 치유 활동이요 기적이었던 것입니다.

 

활발하고 역동적인 기적과 치유의 시대는 예수님 공생활 기간과 사도 시대로 이제 종료되었습니다. 따라서 괜히 어설프게, 어쭙잖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환자들 앞에서 예수님 이름으로 말하노니, 일어나시오!’라고 외치다가는 큰코다칠 우려가 다분합니다.

 

이제 기적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 기적은 예수님이나 사도 시대 기적과는 사뭇 그 유형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외적인 기적보다는 내적인 기적이라고 확신합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용서 안 되는 그를 기꺼이 용서하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이뤄내야 할 기적입니다. 이런저런 고통과 시련, 결핍과 한계로 인해 힘겹고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눈부신 미소를 잃지 않는 것, 참으로 멋진 기적입니다.

 

나 자신과 이웃의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로 어처구니없고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너그럽고 관대한 마음으로 수용하는 것, 너무나 아름다운 기적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