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다해 3월 3일 월요일 † [녹] 연중 제8주간 복음: 마르코 10,17-27
<재물은 선행과 공덕을 쌓아 올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재물과 관련해서 참으로 특별한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재물 운도 좋았겠지만, 백방으로 노력하고 노력해서 막대한 부를 축척한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눈만 뜨면 돈돈!입니다. 입만 열면 돈돈!입니다. 돈 외에도 더 크고 의미 있는 가치들이 부지기수인데, 완전 무시합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엄청난 재물을 탑을 쌓아 올립니다.
그렇게 발버둥 치던 어느 순간, 그는 깨닫게 됩니다. “이제 나는 곧 떠나가게 되는데, 그토록 애써 쌓아 올린 저 재물들은 어떡하지? 재물이라는 것,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었는데, 별것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목숨 걸었을까? 왜 좀 더 나누지 못했을까?”
세월은 속절없이 흐르고 흘러 이제 나이가 80, 90, 100입니다. 나이를 먹으니 돈이 있어도 즐길 방법도 없습니다. 어느 순간 정신도 흐려지고 기력도 흐려집니다. 이제는 그에게 통장 잔고에 찍혀있는 막대한 재산도 하나의 숫자일 뿐,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습니다.
후손들은 어서 빨리 그의 목숨이 끊어지기만을 간절히 학수고대합니다. 참으로 가련한 인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생 돈이 최고라고 외치고 다녔기에, 자녀들이나 주변 사람들도 돈을 최우선 가치로 여길 것입니다. 다들 유산 가운데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몫을 챙길까에만 혈안이 되어 있지, 떠나가는 자신은 거들떠보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하루 쇠락해가며 흐려져만 가는 자신을 내팽개쳐놓고 다들 떠나갈 것입니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요?
오늘 예수님께서 부자들을 향해 강력한 경고 말씀을 건네십니다. “애들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르 10, 24-25)
부자라고 해서 다 똑같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경고하시는 부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나눌 줄 모르는 부자들입니다. 재물 좀 있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뻐기지만, 어려운 사람들과 단 한 푼 나눌 줄 모르는 수전노 같은 부자들을 향해 오늘 예수님께서 옐로우 카드를 내미신 것입니다.
재물이라는 것, 참으로 좋은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열심히 성실하게,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서 축척한 부에 대해서는 주님께서 축복하시고 크게 기뻐하실 것입니다. 여유분에 대한 적극적이고 관대한 나눔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부자들을 향한 주님의 상급이 클 것입니다. 그들은 지상에서나 천상에서나 참된 행복을 누릴 것입니다.
재물과 관련된 예수님의 경고 말씀 앞에 걱정을 넘어 기분이 나쁜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내가 모은 이 재산, 거저 얻은 줄 알아? 평생 등뼈 휘어지게, 정직하게 일해 온 난데. 남들 보다 곱절로 일하고, 남들 먹을 때 안 먹고, 남들 놀러 다닐 때 더 일하고, 아끼고 아껴서 모아 겨우 이제 부자 소리 듣는데, 정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말씀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화내실 이유도 없습니다. 예수님의 경고 말씀을 잘 새겨들어보시면 정답이 즉시 나옵니다. 이 텍스트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경고하시는 부자는 바로 이런 부자입니다. ‘재물을 하느님 보다 상위에 두는 부자’, ‘돈에 눈이 먼 나머지 세상에 다른 의미 있는 가치들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부자’, ‘돈이면 다라고 생각하는 부자’, ‘오로지 돈에 목숨을 거는 부자’, ‘죽으라고 모을 줄만 알았지 조금도 나누지 않는 부자’...
손에 쥐었다 하면 어느새 빠져나가는 것이 돈입니다. 잔뜩 있다가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것이 돈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임종의 순간이 오면 다 내려둬야 할 것이 돈입니다. 물론 인간다운 생활, 품위 있는 생활을 위해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재물에 최상위 가치를 부여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다시 또 없습니다.
물론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가고 싶은 곳 가게 만들고, 먹고 싶은 것 먹게 하고, 분위기 잡고, 사람 노릇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돈으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살 수는 없습니다. 돈이 모든 행복의 근원은 아닙니다. 돈이 최종적인 해결사는 아닙니다. 돈보다 상위에 있는 가치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재산이 악인의 손에 들어있으면 그것은 함정과 죽음으로 향하는 근원이 됩니다. 그러나 세상의 재산이 선인의 손에 들어있으면 그것은 선행과 공덕을 쌓아 올리는 수단이 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