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다해 1월 31일 금요일 † [백]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 복음: 마르코 4,26-34
<힘들면 언제든지 오라토리오로 달려오너라. 내가 네 아버지가 되어줄 테니!>
돈보스코의 제자 중에 아버지로부터 상습 폭행과 아동 학대를 받던 펠리체 레빌리오가 돈보스코의 오라토리오에 들어오게 된 스토리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아버지는 어린 펠리체에게 하루 온종일 중노동을 시키고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한창 성장기에 있어 밥 먹고 돌아서면 배고팠던 아이는 혹독한 굶주림에 늘 울고 다녔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돈보스코가 아버지 몰래 펠리체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펠리체! 얼마나 힘드니? 얼마나 배고프니? 혹시라도 더 이상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땐, 도망쳐서 오라토리오로 달려오너라. 내가 네 아버지가 되어줄 테니.”
더 이상 거듭되는 아동학대와 굶주림을 견디기 힘들었던 펠리체는 마침내 가출을 한 다음 돈보스코의 오라토리오로 달려왔습니다. 안 그래도 죽을 고생을 하고 있던 펠리체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돈보스코는 만면에 가득 미소를 짓고, 두 팔을 활짝 펼치며 펠리체를 온몸과 마음으로 끌어안았습니다. 펠리체는 그 은혜로웠던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하며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제가 죽을 만큼 힘들었던 순간 돈보스코가 보여주었던 친절과 자비와 환대는 죽어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돈보스코에게로 달려갔을 때, 어머니 맘마 마르가리타는 굶주린 제게 따뜻한 수프와 빵을 마음껏 먹도록 준비해 주셨습니다. 이어서 두 분은 손수 제 잠자리를 챙겨 주셨습니다. 이렇게 저는 돈보스코 오라토리오에 받아들여진 두 번째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돈보스코의 오라토리오는 가난하고 버림받은 청소년들을 기꺼이 환대하고, 양육시키고, 성장시키고, 성화시키는 본당이요, 학교요 운동장이 되었습니다.
지난주 광주대교구 용봉동 성당 설립 25주년 기념 특강을 다녀왔습니다. 놀랍게도 용봉동 성당 주보성인이 돈보스코였습니다. 사목적 열정으로 가득한 주임 신부님께서는 본당 설립 25주년을 맞이하여 교우들과 함께, 향후 10년을 위한 시노드 작업을 하셨습니다.
8가지 실천 과제를 마련하셨는데, 그 가운데 청소년•청년을 위한 실천 과제 첫 번째 항목이, 본당 안에 청소년 청년을 위한 공간-오라토리오-마련하기였습니다.
점점 노쇠화되어가는 우리 가톨릭교회입니다. 청소년과 청년들 얼굴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우리 교회입니다. 이런 면에서 용봉동 성당에서 준비하고 있는 본당 내 청소년•청년을 위한 공간(오리토리오) 마련하기는 정말이지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청소년•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가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성찰해 봅니다. 그들이 선호하는 역동성과 활력의 심각한 부족이 아닐까요? 적극적인 환대와 배려의 부족이 아닐까요? 호감과 매력의 상실이 아닐까요?
오늘 우리 교회의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해 봅니다. 오늘 우리 본당과 수도회, 수녀회는 진심으로 청소년•청년들을 환대하고 있습니까? 그들이 우리 울타리에 들어와서 신명 나게 기도하고 역동적으로 뛰어놀고,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꺼리’들이 준비되어 있는가요?
오늘 돈보스코 축일을 맞이하며, 우리 모든 사목자들 안에 그분께서 살아생전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그 뜨거운 사목적 열정이 되살아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기울였던 그 각별하고 개별적인 사랑이 흘러넘치기를 기원합니다.
청소년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에 그들로부터 사랑받는 교육자들이 더 많아지길 기도합니다. 오늘 우리 교육자들, 과연 아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습니까? 그런 체험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습니까?
사랑은 일방적이어서는 결코 오래가지 못합니다. 우리 사목자들, 교육자들이 우리에게 맡겨진 양들을 사랑하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양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입니다. 그 체험은 양들을 위한 더 깊은 헌신과 희생에로 우리를 인도할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