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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나해 10월 12일 토요일 † [녹] 연중 제27주간

tiragon 2024. 10. 12. 00:32

2024년 나해 1012일 토요일 [] 연중 제27주간  복음: 루카 11,27-28

 

<하느님께서 슬퍼하실 나와 그를 분리하고 배척하는 행위!>

 

사도 바오로의 신앙 여정은 정말이지 특별합니다. 베드로 사도와 함께 초대 교회를 이끈 최고 책임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뵙지도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그분으로부터 직접 선발된 직제자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심 이후 사도로서 그의 모습은 열두 제자 못지않게 예수님의 가르침에 충실했습니다. 복음 선포를 향한 열정을 생각한다면, 그 어떤 사도도 그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제자는 말 마디 그대로 스승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스승의 가치관과 삶의 궤적, 스승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 지향점 등등 그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충실히 추종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 바오로 사도였습니다. 오늘 갈라티아서 말씀에서 그런 바오로 사도의 모습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와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라 3, 27-28)

 

위 말씀은 수난 직전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던 그 행동과 일맥상통합니다. 스승이며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제자요 종인 사도들의 발을 씻어주시고 그 발에 입맞춤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너희는 나의 벗, 즉 친구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말씀인지요. 하느님의 외아들, 만왕의 왕,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보잘것없는 제자들, 그리고 오늘 우리를 향해서 친구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과 내가 친구 사이라니, 이보다 더 은혜롭고 감사한 일이 이 세상에 다시 또 있을까요?

 

물론 이런 예수님의 말씀, 그리고 사도 바오로의 가르침은 당시 사람들, 특히 고위층 인사들에게는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말씀이었을 것입니다.

 

더 이상 주인과 노예 사이에 차별이 없다니, 주인으로서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유다 사회 안에서 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었는데, 예수님께서 더 이상 그게 아니라니, 남자들 모두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히 예수님과 바오로 사도에게는 돌팔매질과 욕설, 매질과 십자가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시대 하느님께서 참으로 슬퍼하실 일이 하나 있으니, 나와 다른 그를 배척하는 것입니다. 나보다 가난한 그, 나보다 못 배운 그, 이런저런 이유로 상처투성이요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그를 나와 분리하고 배척하는 행동입니다.

 

세례를 통해 또 다른 그리스도가 된 우리는 더 이상 그 누군가를 차별 대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녀들, 제자들, 아랫사람들을 세상 절친한 벗으로 여겨야 마땅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