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다해 12월 10일 화요일 † [자] 대림 제2주간 복음: 마태오 18,12-14
<이번 판공성사는 이렇게 한번 해보십시오!>
대림절만 되면 각 본당마다 성탄 판공성사가 운영됩니다. 판공성사 표까지 배부가 되고, 봤는지 안 봤는지 체크가 되니, 거의 반강제적인 제도라고 불평하실 수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어떻게 해서든 우리의 발걸음을 자비하신 하느님께로 돌려놓고자 하는 은혜로운 제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특강 다니는 곳마다 목청껏 외치고 있습니다. 고백소에 들어가는 것을 절대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그 안에 자비하신 주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길 잃은 어린 양 한 마리 되찾는 것을 당신 삶의 가장 큰 보람이요 기쁨으로 여기시는 주님께서 그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명확하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에게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마리가 길을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남겨 둔 채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지 않느냐? 그가 양을 찾게 되면,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는데,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보다 그 한 마리를 두고 더 기뻐한다.”(마태 18, 12-13)
지난 세월 고백소 안에서 보낸 시간을 돌아보니 참으로 맞는 말씀 같습니다. 낚시꾼들이 잔챙이를 잡을 때는 기분이 별로지만, 대어를 낚으면 기분이 엄청 좋습니다. 고백 사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우들이 큰 죄를 털어놓을수록 기쁩니다. 30년 냉담자의 고백을 듣고 나면 얼마나 마음이 뿌듯해지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많은 교우들이 걱정들 하시는데, 고백소 안에 계신 신부님께서 내 목소리를 듣고 내가 누군지를 알면 얼마나 실망하실까? 이 엄청난 죄를 들으시고 충격받지 않으실까? 그래서 어떤 분들은 목소리를 평소와 다르게 변조까지 하십니다.
부탁드리건데 절대 그런 걱정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고백 사제들은 누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저 예수님을 대신해서 죄를 사해드리고, 교우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새 삶을 시작하기만을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님께서는 우리로부터 값지고 좋은 선물도 기쁘게 받으시지만, 우리의 죄, 수치스러움, 꿈에도 생각나면 부끄러운 흑역사, 혹독한 실패, 이런 모든 부정적인 것들도 기쁘게 받으십니다. 고백성사를 통해 우리는 그 작업을 잘할 수 있습니다.
고백소 안에 앉아 우리 교우들이 이렇게 고백성사를 보셨으면 하는 것을 몇 가지 적어봤습니다.
1. 내 죄만 고백한다.
2. 그분의 죄는 그분이 고백하도록 놔둔다.
3. 그분의 부족함은 주님 자비의 손길에 맡긴다.
4. 고백 사제 뒤에는 자비하신 하느님도 함께 앉아 계심을 굳게 믿는다.
5. 주님께서 내 죄를 적당히가 아니라 온전히 사해주심을 확신한다.
6. 고백 사제들은 들은 바를 신속히 망각한다는 것을 믿고 안심한다.
7. 제일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죄부터 고백한다.
이번 성탄, 예수님께서는 성모님에게서 탄생하셨듯이 우리 각자 안에서도 탄생하시기 위해 우리 각자 영혼의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우리가 고백성사를 통해 영혼을 말끔히 정화시키고, 매일의 말씀을 통해 우리의 삶도 계속 정화시킨다면, 우리 역시 성모님처럼 거룩하고 흠 없는 지성소, 구세주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적당한 장소가 될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