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다해 6월 13일 금요일 † [백]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 복음: 마태오 5,27-32
<거센 유혹 앞에서>
지난주에 저희 피정 센터에 한국에 진출해있는 여러 수녀회 젊은 수녀님들이 기도 세미나를 하러 오셨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젊은 수녀님들을 보니 그래도 아직 우리 교회에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각 수녀회에서 막내로 사느라 고생이 많은 기색이라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4박 5일 동안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주방 내려가서 수녀님들 아침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올라와서 미사를 봉헌하고, 마침 성가 끝나기도 전에 초스피드로 내려와 빵도 굽고, 수녀님들 좋아하는 라면도 끓였습니다.
9시 반에 또 올라와서 강의를 하고, 바로 주방 내려가서 점심을 준비했습니다. 저녁 식사 성체 강복. 하루 종일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어두워지면 씨알 굵은 우럭들이 활성도가 높아지니, 밤낚시를 갔습니다.
정말 온몸이 녹초가 되었지만, 하루 온종일 정신없이 뛰어다니니, 좋은 점도 있습니다. 엉뚱한 생각 하나도 안 하는 것입니다. 유혹이니 뭐니 생각할 힘도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극한 표현까지 사용하시며 유혹 앞에 당당하게 맞서라고 말씀하십니다.
“네 오른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어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또 네 오른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마태 5,29-30)
유혹 맞서는 데 특효약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우리가 맡고 있는 사목에 제대로 헌신할 때, 거기서 큰 보람을 느낄 때, 유혹은 경감됩니다.
아이들로부터 진한 사랑을 받을 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몰입할 때, 우리 삶은 자연스레 영적, 육적으로 탄탄해지고, 유혹 앞에 강건해집니다.
반대로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일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보람도 없고 기쁨도 없을 때, 유혹은 순식간에 찾아옵니다.
이런저런 유혹 앞에 자주 갈등하고 방황하며 쓰러지는 우리입니다. 때로 도가 지나쳐 그냥 포기한다든지 유혹의 깊은 구덩이 속에 푹 빠져 살아가고, 거기에 또 적응해서 머물러 있습니다.
그럴 때 치유책은 우리가 행하고 있는 이 소중한 영혼 구원 사업에 더 깊이 몰입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봉헌하는 최고의 선이요 가치인 성체성사에 더 깊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