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다해 5월 9일 금요일 † [백] 부활 제3주간 복음: 요한 6,52-59
<성령의 바람은 언제 어디에서 우리를 향해 불어올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승천하신 후 오순절 날 사도들은 성령을 충만히 받은 이후 종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화됩니다. 일종의 재창조입니다. 더 이상 스승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의혹도 없습니다. 적대자들의 협박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합니다.
무엇보다도 성령의 힘으로 제자들의 내면에 강하게 형성된 확신이 하나 있었는데, 언제 어디서든 주님과 나는 하나이며, 내 안에 주님께서 항상 살아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바야흐로 성령으로 충만한 사도들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성령으로 새롭게 된 제자들은 더 이상 골방 안에 숨어있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광장으로, 회당으로 나아갔습니다. 성령의 인도로 과거와는 다르게 사도들의 말씀 선포에는 기쁨과 용기, 확신과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이런 사도들의 복음 선포 앞에 감동받은 군중들이었기에, 단 하루 만에 삼천 명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인한 놀라운 기적들이 계속됩니다. 특히 그리스도교 박해에 있어서 최선봉에 섰던 사울이 크게 회심해서 바오로라는 불세출의 선교사로 거듭났습니다.
저 자신의 성소 여정만 돌아봐도 성령의 역사하심에 그저 감지덕지할 뿐입니다. 돌아보면 항상 우울하고 의기소침했던 청소년이었습니다. 꿈이나 희망이라고 단 1도 없던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던 청년이었습니다. 언제나 아슬아슬 오락가락하던 결핍투성이의 신학생이요 수도자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작스레 성령의 바람이 제게 불어왔습니다. 제 존재의 근본부터 완전히 흔드셨고 저를 물구나무서기를 시킨 후 탈탈 터셨습니다. 뜨거운 용광로 속으로 집어넣으셔서 옛 인간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게 하시고 완전히 다른 존재로 재창조시키셨습니다. 너무나 달라진 제 모습에 신학교 같이 다닌 신부님 한 분 하시는 말씀! “양 신부를 보면 성령께서 계신 게 확실한 것 같아!”
그러니 현실이 아무리 암울하고 비참해도, 또다시 견뎌내고 또 희망해야 하겠습니다. 성령의 바람은 언제 어디에서 우리를 향해 불어올지 모르니 말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