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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나해 9월 30일 월요일 † [백]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tiragon 2024. 9. 30. 08:47

2024년 나해 930일 월요일 []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복음: 루카 9,46-50

 

<걱정이나 근심, 유혹이 다가올 때면 즉시 성경을!>

 

언젠가 진심으로 성경에 매료되어 목숨 걸고 성경을 공부하던 한 형제를 만났습니다. 교구나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이런저런 성경 공부 과정을 빼놓지 않고 수료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지긋한 연세에도 불구하고 2년 과정의 가톨릭 교리신학원까지 졸업했습니다.

 

제가 그분께 여쭈었습니다. “형제님, 평생토록 산업현장의 역군으로 죽기 살기로 일하셨으니, 이제는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시고, 운동도 나가시고, 좀 여유 있게 지내시면 좋을 텐데, 어찌 그리 성경을 파고드십니까?”

 

형제님 왈, “그동안 제 안에서 풀리지 않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사방천지를 헤매 다녔지만 찾지 못했는데, 성경 안에 답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걱정과 근심, 유혹과 갈등을 떨치는 데는 성경보다 더 좋은 약은 없습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예로니모 사제 학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좀 놀았습니다. 이교에 빠지기도 하고, 세상의 유혹에도 빠졌습니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다 보니, 삶의 균형이 무너져 중병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 이게 아니지 하면서, 지난 삶을 반성하며 은둔 수도 생활을 추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한번 맛을 본 세속의 유혹은 수시로 떠올라 예로니모를 괴롭혔습니다.

 

그럴 때마다 예로니모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하는 것은 오늘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유혹이 다가올 때, 그는 유혹을 물리치는 방편으로 그 어려운 히브리어를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유혹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집요하게 유혹은 예로니모를 흔들었습니다. 그때마다 그는 성경을 펴들었습니다. 본문을 읽고 또 읽고, 그리고 번역하고 연구하고, 그것이 그의 하루 일상이었습니다. 어떤 날 그는 하루 온종일 성경 번역에 매달렸었는데, 잠깐의 휴식은 다름 아닌 성경 읽기였습니다.

 

탁월한 언어 감각을 지니고 있었던 예로니모는 라틴어뿐만 아니라 그리스어, 히브리어에 능통했습니다. 대단했던 어학 실력을 바탕으로 그는 가톨릭교회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대대적 성경 번역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장장 20여 년 동안 심혈을 기울인 끝에 히브리어 성경을 라틴어로 깔끔하게 번역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대학자였던 예로니모였지만 늘 겸손했습니다. 지극히 겸손했던 그는 사제 서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너무도 사제직에 부당하다고 생각했던지 한동안 한사코 미사 봉헌을 거절했다고 전해집니다.

 

예로니모는 보다 정확한 성경 번역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시금 신구약 성경에 대한 번역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를 위해 새롭게 카르데아어를 배웠고, 또다시 20여 년간의 세밀한 번역 작업 끝에 그 유명한 불가타 성경 번역을 완성시킵니다.

 

예로니모의 탁월한 지적 능력, 성서에 대한 열정은 당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교부라는 칭호를 붙이는데 조금도 의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대학자 예로니모였지만 그에게도 십자가는 있었습니다. 과거 영위했던 세속 생활의 유혹들이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습니다. 죄책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쉼 없이 하느님의 도움을 청했던 노력, 어려울 때마다 인간적인 위로를 찾기보다 하느님의 보화가 담겨있는 성경에로 끊임없이 돌아가고자 했던 그 노력으로 인해 그는 끝까지 자신의 성소를 지켜나갈 수 있었습니다.

 

예로니모는 사자 같은 용기로 교회를 위해 투쟁하였습니다. 강인함으로 자신을 잘 다스렸습니다. 자신을 극기했었고, 자신의 결점이나 악습 같은 가시들을 제거하기 위해 부단히 투쟁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성경에 대한 예로니모의 열정과 사랑이 얼마나 극진했으면, 그는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성경을 파고드십시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하느님의 권능도 그분의 지혜도 모르는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