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다해 12월 6일 금요일 † [자] 대림 제1주간 복음: 마태오 9,27-31
<제발 눈을 뜨길>
시각장애로 평생 고생해왔던 눈먼 이들의 고통을 눈여겨보시고 지체 없이 치유의 손길을 건네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제 지난 삶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한때 눈먼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보아도 보지 못했습니다. 내면이나 영혼, 진심을 보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이 전부인 양 속단하고 잣대질하고 평가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진리에 눈이 멀어있었습니다. 영적인 삶에도 눈이 멀어있었습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작은 것에 있다는 영원불변의 상식에도 눈이 멀어있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質)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눈이 멀어있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정이요 사랑이란 것에도 눈이 멀어있었습니다.
때로 재물에 눈이 멀다 보니 재물을 하느님 위에 두게 되더군요.
자리에 눈이 멀다 보니 여기 굽신 저기 눈치 정말 인간이 치사하게 되더군요.
인기에 눈이 멀게 되다 보니 이중인격자가 따로 없었습니다.
눈먼 이들을 치유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오늘 그분께서 우리를 향해 진정으로 바라시는 치유는 어떤 것이겠는가에 대해서 묵상해 봅니다.
저를 포함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눈이 멀어 있습니다.
올라가면 즉시 내려와야 한 그 자리,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있는 창피 없는 창피 다 당하면서 그리도 악착같이 버티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정말이지 간절히 염원합니다.
지금 우리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그들도 원래는 하느님께서 주신 이성과 영혼을 지닌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눈을 뜨시기 바랍니다.
부디 권력욕으로부터 눈을 뜨시길 기도합니다.
장차관이며 수석이며 위원장이며 뭐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갖은 권모술수를 다 동원해서 박박 긁어모은 산더미 같은 재물, 그거 다 쓰고 가지도 못하고 강제 추징 당하고 마치 오물 뒤집어쓰듯 욕이란 욕은 다 얻어들을 텐데... 왜 그리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지...
그래서 더욱 정말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 멀쩡한 분들 하루빨리 재물에 먼 눈을 뜨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오늘 내 발밑을 내려다봅니다. 아직도 많은 것들에 눈이 멀어있습니다.
아직도 정작 봐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니 얼마나 많은 상처와 고통을 이웃에게 끼치는지조차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시는 예수님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외쳐야겠습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마태오 복음 9장 27절)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