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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다해 6월 17일 화요일 † [녹] 연중 제11주간

tiragon 2025. 6. 17. 07:57

2025년 다해 617일 화요일 [] 연중 제11주간  복음: 마태오 5,43-48

 

<원수 사랑, 가능하던가요?>

 

한 아이가 저희 집에 왔었는데,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정말이지 웬수가 따로 없었습니다. 얼마나 힘든지 부모님과 온 가족이 매일 울고 지냈습니다. 그래도 제가 그랬습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선물이 아직 제대로 가공이 안 돼서 그런가 봅니다. 이런 애들이 대체로 대기만성형입니다. 이 어려운 시기 잘 견디시면, 이 아이 정말 크게 될 것입니다. 이 아이는 머지않아 가문의 대들보가 될 것입니다.”

 

나름 위로를 드린다고 그런 희망의 말씀을 드리지만, 별 도움 안 되는 제 말에 그냥 웃어넘기는 분위기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성령의 바람이 한번 휘몰아치면 사람 바뀌는 것 순식간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 말씀처럼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끝까지 희망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 어려운 원수 사랑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어떻게 주님께서 그토록 간절히 원하시는 원수 사랑, 시도는 한번 해보셨나요? 쉽던가요? 어렵던가요? 그런데 그 웬수가 저 멀리 시드니나 런던에 있으면 어떻게 한번 해볼 텐데, 너무 가까이 있다 보니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여러 번 시도해 봤습니다만, 의미 없는 노력,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 우리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 원수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 순교자들이 그 혹독한 박해의 순간을 잘 넘기고 놀라운 순교의 영예를 누리게 된 가장 큰 비결이 무엇인지 묵상해 봅니다. 그 비결은 인간의 힘에 있지 않고 주님 현존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음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매 순간 주님의 현존을 놓치지 않고 그분 안에 지속적으로 머무는 것은 절대로 거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 역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비결은 일상의 작은 기도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간대별로 이루어지는 성무일도, 삼종기도, 식사 전후 기도를 충실하게 하는 것, 특히 틈틈이 수시로 바치는 묵주기도는 주님 현존 안에 살아가기 위한 더없이 좋은 도구일 것입니다.

 

우리의 하루 일정을 촘촘하게 기도로 짜고 또 짤 때, 우리는 하루 온종일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물게 되고, 그런 상태에서만이 순교가 가능하고, 그때 원수 사랑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원수 사랑은 이 시대 또 다른 순교입니다. 그냥 맨정신으로는 원수 사랑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기도 속에는 기적이 가능합니다. 매일 매 순간 우리 손에 묵주를 쥐고, 하루 온종일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일생을 정성껏 묵상할 때, 우리는 하루 온종일을 주님 현존 속에 머물게 되고, 그때 또 다른 순교인 원수 사랑이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수시로 주님께 쏘아 올리는 화살기도 역시 주님 현존을 우리 매일의 삶 속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불러오고 연장시키는 탁월한 도구입니다.

 

순교자들은 혹독한 고통과 죽음의 위협 앞에 끊임없이 묵주를 돌리면서, 수시로 화살기도를 쏘아 올리면서 주님께서 자신들의 삶 속에 굳건히 현존하심을 기억했습니다. 그 결과가 영예로운 순교였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